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40살 유부남이 나에게만 느끼는 건지, 아님 모두에게도 그런 건지

그가 보내는 짧은 메시지, 떨리는 손끝, 그리고 ‘우연’이라는 이름의 선택. 나는 단지 또 하나의 권력 게임의 말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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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유부남이 나에게만 느끼는 건지, 아님 모두에게도 그런 건지

"오늘도 네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저녁 9시 17분. 카톡 한 줄이 울렸다.

오늘도 네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보낸 사람: ‘김현준 과장’. 프로필 사진은 아내가 찍어준 듯한 가족 여행샷. 아이 둘을 번쩍 들고 웃는 남자. 나는 잠금 화면을 4초만 봤다가 끄고, 다시 3초 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왜 떨리는지 나도 몰랐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욕망의 해부

"그가 나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반응하는 순간을 원하는 거야."

그날 이후 나는 흔적 조사에 들어갔다. 회사 단톡, 동호회 채팅, 피드 뒤적이기. 그가 누구에게나 보내는 ‘오늘도’는 내게만 온 게 아니었는지 확인하는 것.

결론은 참담했다.

  • ‘오늘도’는 나뿐
  • 반응 속도는 내가 제일 빠르고, 제일 길게
  • 나머지는 읽씹 또는 하트 두 개로 끝

그러나 더 깊은 발견이 있었다. 그는 내 반응을 조종하는 데 재미를 붙인 것이다. 짧게 보내면 내가 얼마나 초조해지는지, 길게 보내면 얼마나 환호하는지 실험하듯 올려보던 흔적이 역력했다. 그의 ‘나에게만’은 결국 권력의 척도였다. 내가 그의 손끝에 얼마나 춤추는지.


지혜의 몸부림, 유진의 각성

지혜, 31세, 브랜드 마케터

지혜는 회식 끝나고 편의점 앞에서 처음 마주쳤다. 현준이 "술 좀 깨라"며 캔커피 하나를 건넸다. 아내 사진이 프린트된 텀블러를 들고 있었다.

너는 눈이 참 맑아
요즘 보기 드문 거 알지?

지혜는 속으로 웃겼다. 눈 맑은 여자 천지인데. 그러나 다음날 출근길, 현준이 또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캔커픻 같은 걸 건네며 "오늘도 맑네". 반복은 열흘째 이어졌다. 그러나 지혜는 한번도 집에 가져간 적이 없었다. 그는 늘 가져가는 척 하다가 사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열한 번째 날, 현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는... 나한테 관심 없어?

지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너무 있죠. 그런데 저는 캔커피 말고, 진심이 필요해서요.

그날 이후 현준은 사라졌다. 지혜의 휴대폰은 더 이상 떨지 않았다. 내가 거절하니까 재미 없었던 거구나.


유진, 29세, 신입 디자이너

유진은 달랐다. 그녀는 현준이 보낸 첫 ‘오늘도’를 받자마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그녀는 팀장 같은 선배에게, 아니 아버지 같은 사람에게 처음으로 눈길을 받는다고 믿었다.

선배가 그러는데... 저만 특별한 것 같아요ㅜㅠ

친구 단톡에 올린 메시지. 반응은 냉담했다.

  • ‘너만 아냐’
  • ‘그런 거 3년 전에 나도 먹었음’
  • ‘거기서 빠져나와, 빨리’

그러나 유진은 듣지 않았다. 그녀는 현준이 보내는 1:1 민원 처리 담당이 되었다. 아내와의 불화 상담, 아이 학원 문제, 회사 정치까지. 유진은 모든 고민을 받아주는 유령 상담사가 되었다.

한 달 후, 유진은 현준의 아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우리 남편이 요즘... 누구한테 제일 의지하는지 아세요?

유진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그녀는 자신이 단지 ‘특별한’ 대상이 아닌, 아내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남편의 쓰레기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금기는 언제나 권력을 먹는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금기된 것에 끌린다. 유부남은 아내가 있는 ‘남의 땅’이다. 그 땅에 발을 들이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선택받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건 착시다. 유부남은 결코 내게 오지 않는다. 그는 단지 내가 반응하는 감정 자극을 사냥한다. ‘나만’이라는 환상은 실은 ‘내가 가장 잘 반응한다’는 데이터에 대한 희생양이다.

게임은 간단하다.

  1. 나를 특별하게 만든다
  2. 나는 특별함을 증명하려 든다
  3. 그는 더 특별한 반응을 요구한다
  4. 결국 나는 숫자, 통계로 변한다

이 모든 과정은 “나는 희생양이 아니다”라는 망상 속에서 이뤄진다.


마지막 질문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휴대폰이 울렸다. 누군가가 "오늘도 네가 떠올랐다"고 말한다면, 당장 답장을 쓰는 손가락이 진짜 너의 것인지, 아니면 그의 권력 게임에 맞춰진 자동 반사 신경인지, 혼자 조용히 확인해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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