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미팅 끝나고 회의실에 둘만 남았다. 그가 일어나 문을 쾅 닫는 순간, 내 숨이 멎었다.
‘여기 먼지 좀 묻었네.’
그가 손등으로 내 칼라를 툭툭 털었다. 단순한 동작이지만, 31세 부장실과 22세 신입 사이의 공기를 순식간에 찌그러뜨렸다. 손가락이 피부에 스칠 때마다 ‘이건 괜찮은 거야, 아닌 거야?’ 하는 물음이 뒤통수를 때렸다. 창밖 사옥 불빛이 유리에 비쳐, 우리 둘만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
그 손길이 남긴 화상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 이후, 슬랙 DM 한 줄이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문 앞을 지나다 눈이 마주치면, 하루 종일 그 눈빛에 취했다가 숙취처럼 깨어났다. 입사 3개 차, 아직 회의 때 대표 앞에서 목소리도 잘 못내는 내가, 그의 눈앞에서는 조용히 말라붙었다.
‘선배’라는 말이 입 안에서 사탕처럼 녹는다. 존칭이지만, 불륜의 맛이 난다.
사내 카톡방에서 그가 ‘ㅋㅋ’ 하나만 던져도, 나는 그 조용한 웃음소리를 온몸으로 되새겼다. ‘내가 여기 있어요’ 라고 말해준 것만 같았다. 하지만 퇴근 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앞뒤로 선 동료들이 있을 때면, 그는 마치 낯선 사람처럼 딱 한 걸음 떨어져 섰다. 그 냉정함이 오히려 흥분을 배가시켰다.
사내 정전기 실화처럼 퍼지다
‘민서’는 지원팀 3년 차.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건 지난 여름 회식 뒤, 지하주차장 사각지대에서였다. 담배 연기 사이로 흘러나온 말이었다.
나도 몰랐어. 그냥 눈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말한 상대는 38세 임원급. 결혼 7년 차, 슬하에 아들 둘. 민서는 결혼반지 반짝이는 손을 피해 다니느라 발버둥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2층 흡연실에서 그와 나눈 첫 키스를 설명할 땐 눈이 아련했다.
‘선배가 내 손에 담배 꽂아주면서 손등에 입을 맞췄어. 그때부터… 끝이 없더라고.’
그녀는 휴가를 내고 며칠 아파트에 틀어박혔다. 그러다 다시 출근한 날, 복도 끝에서 마주친 그가 “괜찮아?”라고 물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너 때문에 밤새웠어’ 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고. 그날 이후 민서는 매일 밤 그를 지운다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다시 불러냈다.
또 다른 이름, ‘유진’의 사각지대
인턴 시절 유진은 32세 상무의 ‘특별 관심’을 받았다. 상무는 그녀에게만 프로젝트 기획안을 먼저 봐달라 했다. 첫째 주엔 ‘멘토링’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두 번째 주부터는 카카오톡 ‘첫인상’이라는 주제로 은밀한 대화가 이어졌다.
유진: 선배는 첫인상이 어떻게 남아요?
상무: *너무 조용해서 궁금해지더라.*
유진은 이 메시지를 매일 밤 스크린샷해서 숨겼다. 상무에게는 ‘직장 내 인맥 쌓기’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집착’이라는 이름의 덫이었다. 결국 팀 옥상에서 그와 마주쳤을 때, 유진은 손에 든 커피를 쏟고 말았다. 상무가 손수건으로 그녀의 손등을 닦아주면서 속삭였다.
‘밖에선 눈치 못 채게, 안에선 너무 뜨겁게.’
그날 이후 유진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눈물을 삼켰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그러나 누구보다 뜨거운 비밀이 되어 버렸다.
금기 위에 올라탄 욕망, 왜 우리는 이리도 끌릴까
사내 위계는 기본적으로 ‘접촉 금지’를 내포한다. 그러나 금기일수록, 피부에 다다르지 못할수록, 그 거리가 오히려 전기로 변한다. 연상 여성 + 직장 선배라는 조합은 두 가지 금기를 동시에 흔든다.
- 권력의 흔들림: 평생 명령만 내렸던 남자가, 한 명의 신입 앞에서 다리를 떤다. 그 조급함이 신선한 자극이 된다.
- 시선의 무게: 사내에서 ‘선배’는 능력, 결혼, 인맥 모든 것을 갖춘 ‘완성형 인물’. 그 완성형이 나에게만 ‘미완’으로 무너질 때, 우리는 스스로를 특별하게 느낀다.
*‘이건 내가 아니라, 우리 둘만의 규칙’*이라는 망상은, 현실의 직급·결혼·연차라는 굴레를 일시적으로 지운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사내 밀월’은 회의 끝나고 남은 클린업 시간, 혹은 야근 후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된다. 공적인 장소, 사적인 시간. 그 경계가 무너질 때 욕망이 가장 날카롭게 베인다.
마지막 문장
당신도 회사 복도 끝, 그가 스쳐 지나갈 때 숨을 죽인 적 없는가? 그리고 그 손길이 피부를 스친 순간, *‘이건 시작이야, 아니면 끝이야?’*라고 물었던 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