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창밖을 보며 속삭였다.
'여기서는 감옥이 코앞이야.'
우리가 앉아 있던 술집 담벼락 너머로 교도소가 보였다. 높은 철문, 철조망, 그리고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감시탑. 그녀는 그것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런데도 넌 손을 떼지 않아. 손등 위에 살며시 내려앉은 그녀의 손가락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뜨거웠다.
'여기는 사각지대야.' 그녀가 잔을 기울였다. 'CCTV가 안 잡혀.'
닫히지 않는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왜 감옥이 아닌 사각지대에 홀린 걸까?
사각지대는 단순히 CCTV가 안 잡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법이 닿지 않는, 나를 숨길 수 있는 유일한 틈새였다. 숨죽인 채 키스하는 두 사람 사이, 그 살짝 뜬 공기는 마치 증거를 지우는 듯한 해방감으로 차올랐다.
법을 넘지 않으면 절대 맛볼 수 없는 맛. 그 맛은 마치 소독약 냄새처럼 머리카락 사이에 스며들어, 하루 종일 코끝을 간질였다.
지훈과 유진,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
지훈은 은행원이었다. 매일 같은 자리, 같은 메뉴, 같은 표정으로 살아가던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창고에서 유진과 마주쳤다. 유진은 '그 누군가'의 아내였다.
'이건 어디까지 가도 돼?'
지훈이 물었다. 유진이 대답했다.
'우리가 끝내는 곳까지.'
그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은행 지하 창고에 몰래 숨었다. CCTV를 피해 달아나는 것은 단순한 은밀함이 아니었다. 우리는 법을 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우리를 넘지 못하게 하는 거야.
검은 콘크리트 벽에 기댄 채, 지훈은 유진의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창고 문 너머로 은행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훈은 그 목소리가 뚜껑처럼 닫히기를 기다렸다. 닫혀야만 우리가 열릴 수 있어.
정은이의 계산기
정은이는 세무사였다. 그녀는 매일 누군가의 탈세를 숨겨줬다. 그것이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그 숨겨진 숫자들에 손을 뻗었다.
'왜 그래?'
동료가 물었다.
'숨기는 것만큼 뜨거운 게 없어.'
그녀는 매일 밤, 숨겨진 장부를 들고 지하철을 탔다. 검은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숫자들은 법을 넘어선 키스였다. 그녀는 그 가방을 꼭 쥐고 있었다. 내가 숨기는 건 돈이 아니야. 내가 될 수 없는 나 자신이야.
우리는 왜 이것에 끌리는가
법은 우리를 지키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우리를 가두는 울타리였다. 숨겨야만 뜨거워지는 우리의 상상은, 법을 넘는 순간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금기는 마치 감옥의 철문처럼 우리를 두드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 두드림에 손을 뻗는다. 그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두려움이 없어질 수 있어서가 아니야. 두려움을 안고 있는 그 순간만이 우리를 살게 해서야.
닫히지 않을 문을 넘어서
당신은 지금도 감옥 너머의 사각지대를 바라보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의 더러운 상상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