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날 밤, 전 남친 절친의 손이 허벅지 위에 머물렀다

친구의 전 여자친사는 왜 이렇게 달콤하게 녹지? 그리고 나는 왜 눈을 감았을까. 새벽 두 시, 술과 금기 사이에 놓인 0.3초의 접촉이 불러일으킨 욕망과 자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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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전 남친 절친의 손이 허벅지 위에 머물렀다

"니가 여기 있는 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

김준영의 목소리는 술에 젖어 있었다. 신촌 모텔 앞 편의점 테이블, 우리는 맥주 두 캔과 소주 반 병을 나눠 마시며 새벽 두 시를 씹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내 무릎 위에 살짝 닿았다. 0.5초, 혹은 0.3초. 충분히 우연으로 위장할 수 있는 시간. 나는 흔적도 없이 피하지 않았다.

이 순간, 내가 전 남친의 절친과 새벽 두 시에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그를 떠올리며, 그와 있었다

전 남친 '도현'은 아직도 내 연락처에 차단된 상태다. 헤어진 지 7개월, 그의 절친 '준영'과는 딱 두 번 마주쳤을 뿐인데 왜 지금 여기서?

준영의 왼손에 새긴 문신이 보인다. 'H-97'. 도현이 고등학교 때 같이 찍은 반지 자국이다. 그들은 서로의 첫경험까지 함께 공유했었다.

나는 도현이 내 몸에 하던 대로, 똑같은 지점을 어루만지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준영이 그걸 안다는 상상도.


한강 뒷골목, 너와 나의 시계가 3분 어긋났을 때

'도현이랑 헤어진 이유가 뭐야?'

준영이 물었다. 그 질문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무서웠다.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담배를 꺼냈다.

그가 먼저 불을 켜줬다.

불빛이 비춘 2초 동안,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정확히 마주보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나는 담배를 뱉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끌리지 않더라고.

숨겨진 욕망의 지도

심리학자들은 '프록시 욕망'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통해 금기를 넘보는 충동.

준영은 도현의 연장선이었다. 그의 손길은 도현이 내게서 뺏어간 촉감의 대리만족이었다.

하지만 더 깊은 층은 따로 있었다. 준영이 나를 원한다는 사실이, 도현보다 더 나를 원한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켰다.


실화처럼 쓴 두 개의 밤

사례 1. 지하철 2호선, 망원역

밤 11시 47분. 안현지(29)는 전 남친의 절친 박성민을 우연히 만났다. 둘 다 2호선 타고 가던 중.

성민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너랑 헤어진 후 도현이 계속 너 얘기만 해. 미치겠대.

현지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 너는 뭐야, 도현이랑 똑같은 거 원하는 거야?

성민은 대답 대신 현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압력. 현지는 처음으로 전 남친의 절친에게 눈을 떴다.

그날 밤, 현지는 도현의 카톡 프로필을 17번 확인했다. 안 읽음. 그녀는 성민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를 봤다.

[오늘은 그냥 그래.]

사례 2. 강남, 모텔 앞 편의점

이서영(31)은 전 남친의 절친 최재혁과 3개월째 감정을 주고받고 있었다. 재혁은 서영에게 단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재혁은 서영의 목 뒤를 살짝 어루만졌다.

왜 그래?

서영이 물었다. 재혁은 대답했다.

너도 알잖아. 이건 끝까지 가면 안 된다는 거.

그날 밤, 서영은 재혁에게서 오는 메시지를 4번이나 삭제했다. 보내고 싶은 말은 딱 하나였다.

도현이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


금기는 왜 이렇게 달콤한가

사람은 금기를 넘을 때 두가지를 동시에 경험한다.

  1. 전복의 쾌감 — '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다'는 착각
  2. 동시에 두려움 — '하지만 나는 악한 인간이다'라는 자책

이 두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 우리는 이중적 만족을 얻는다.

준영은 나를 통해 도현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나는 준영을 통해 도현에게 복수를 한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아니?

준영과 나는 그날 아침 6시에 헤어졌다. 계단에서 마지막으로 나눈 말은 이랬다.

내일 또 볼까?
...그래도, 도현한테는 말하지 말자.

우리는 서로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탔다.

나는 집에 가서 도현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여행 중이었다.

내가 준영의 손길을 느낀 순간, 나는 도현에게서 떠났던 걸까.
아니면, 아직도 그의 관심을 원했던 걸까.


아직도 그의 손길이 닿을 것만 같은 밤

당신은 전 남친의 절친과 눈이 맞았을 때, 정말로 사랑을 원했던 건가요?
아니면, 그냥 누군가에게 ‘나는 아직 끌리는 여자야’ 라고 증명하고 싶었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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