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가 금지된 문을 두드릴 때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그녀의 손이 내 몸에 닿았다. 12시간 전 착했던 여자의 마지막 흔적마저 삼켜버린 호텔 복도, 그곳에서 벌어진 일.

금기도착욕망변신호텔
그녀가 금지된 문을 두드릴 때

03:48 a.m. 복도

카펫 위 발끝이 떨린다. 검은 롱코트 아래로 새어 나오는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여기서 너랑 자는 거 싫어.”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반짝일 때마다 죄의 숫자가 늘어난다. 12시간 전 비행기 좌석에서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쌌던 여자는 이미 사라졌다. 남은 건 맛보기만 해도 금지된 과일의 단맛이었다.


04:03 a.m.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동안 우리 사이 공기가 조각조각 부서진다. 버튼을 누르는 손등에 붉은 입술이 스친다. 한 번만 더 움직이면, 두 번은 참지 못한다. 그녀 숨결이 목덜미에 닿을 때마다 쾌락과 공포가 뒤섞여 터진다. 반짝이는 숫자 17층이 불꽃처럼 지나간다. 문이 열리자 그녀가 말한다. “건너편에 내 방 있어. 하지만 너는 안으로 들어올 거야.”


04:11 a.m. 룸 1720

카드키 삽입 소리가 젖은 살결을 뚫고 들어온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가 코트를 벗어 던진다. 속살이 드러난 순간, 선함의 마지막 파편마저 부서진다. 침대까지 두 발짝. 눈빛이 달라졌다. 눈동자 깊숙이 새로 태어난 악마가 서 있다. 손끝이 내 와이셔츠 단추를 풀며 속삭인다. “믿지 않는 걸로 시작하자. 그러니까 더 믿고 싶잖아.”


04:19 a.m. 침대 끝

그녀의 손이 내 턱을 잡아당긴다. 손가락 끝이 떨리지 않는다. 뜨거운 심장이 차가운 피부를 만난다. 한숨이 섞이자 우리는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파괴한다. 키스가 아니라 탈취다. 혀끝으로 단맛을 캐내고, 숨을 빼앗는다. “네가 나를 몰랐던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돼.” 그 말이 끝나자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착했던 여자는 비행기를 타고 떠났고, 달콤한 악마가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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