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1년 만에 보낸 팔로우 요청, 그녀는 아직 날 지웠을까

삭제한 지 365일, 다시 보낸 팔로우 요청 뒤에 숨겨진 진짜 욕망. 디지털 미련이 남긴 상처와 집착의 뿌리를 파헤친다.

스토킹집착팔로우 요청아직 안 끝난 썸디지털 미련

밤 2시 47분. 재민은 침대 끝에 앉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네 번째 유리잔이 비워졌고, 검색창에는 '윤서'만 남았다. 지난해 이맘때 차단했던 계정. 이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팔로우 요청을 보냈습니다"*라는 회색 글씨가 떠 있었다.

왜 지금이야. 왜 하필 365일이 지난 오늘이야.

손가락이 떨렸다. '취소' 버튼은 커다랗게 빛났지만 누를 수가 없었다. 이건 게시물 좋아요 두드려놓고 사라지는 가벼운 장난이 아니었다. 요청이면서도 최후의 통보였다. 나 아직 안 끝났어.


숨겨진 알림 한 방울

우리는 왜 한 명만큼은 잊히지 않는 걸까. 특히 한 명.

알림 한 방울이 목구멍에 떨어진다. 윤서님이 회원님의 팔로우 요청을... 전화번호는 지웠지만 계정명은 외웠다. 재민은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확대했다. 한 갈래로 짧아진 머리. 여전히 왼쪽으로 살짝 비친 눈빛. 한숨이 섞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 넌 나 없이도 살았구나. 그럼 이건 뭐지. 내가 못 살아서지.


미지의 1%를 쫓기

연구실 동아리 후배 혜진은 어젯밤 똑같은 실수를 했다. 다가온 첫사랑 '도현'이 3년 만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프로필엔 여자친구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혜진은 '우연히' 그 계정을 7번 뒤졌다. 마지막엔 팔로우 요청을 보냈다. 댓글에는 한 마디도 없었다. 그녀가 원한 건 1% 확률의 *"예, 수락"*이었다. 눈치 없는 도발. 아니, 도박.

아니면 이것도 가능성이 있다. 합정동에서 만난 은우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412일. 그날도 만취해 그의 계정에 다시 팔로우를 눌렀다. 새벽 4시 21분. 은우는 스토리 하이라이트 속 그와 여자를 보며 울었다. 왜 안 막았지, 내가.


디지털 잔해 속 집착의 뿌리

우리는 종이에 써서 찢어버리던 시대를 지나왔다. 삭제하면 다시 복구되는 지금, 잊히는 게 더 어려워졌다. 요청 하나에도 뭉개진 자존심이 새겨진다. 사실은 두려움이다. 아직 나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고백보다 깊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후회의 온도'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는 질문: 내가 더 잘했더라면? 팔로우 요청은 그 질문표를 상대에게 돌리는 일. 대답은 안 와도 된다. 그저 도착함으로써 해결되니까.


아직 끝나지 않은 밤

재민은 요청을 보낸 뒤 두 시간을 눈을 안 감았다. 알림은 오지 않았다. 대신 이상한 상상이 번졌다. 윤서가 수락한다. 윤서가 왜 지금이야라고 묻는다. 둘이 다시 만난다. 그녀가 말한다. 네가 없는 날들도 있었지만 네가 있던 날은 없어졌다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재민은 결국 요청을 취소했다. 아니, 차단했다. 다시. 한 번 더 지웠다. 왜냐고? 진짜 물음은 이거다.

너도 아직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나 혼자 남겨진 감정의 잔해일까.

그러니까. 1년 만에 보낸 팔로우 요청, 그건 사실은 너에게 던지는 게 아니야. 나를 끝내지 못한 내게 보내는 마지막 키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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