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으면 5분만에 졸림이 확 사라져요.” 지하주차장 냄새 섞인 그의 숨결이 귀끝을 간질렸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싸늘한 형광등 아래, 그녀는 그 말 그대로 단 5분 만에 화끈하게 녹았다.
흔들리는 눈동자
이건 단순한 섹스가 아니야. 이건 마치… 어떤 규칙을 깨는 순간의 쾌감.
니트 스웨터를 뒤집어쓴 채 화물용 차량 뒷문에 기댄 채린. 그녀는 2년째 같은 회사의 남자를 만나는 ‘친구’였다.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딘가 모를 책임감이 얽힌 관계. 그날은 판교 러닝크루 모임 후였다. 러닝복 위로 흐르는 땀방울이 아직 식지도 않았는데, 그는 차 키를 돌렸다. “빨리 타. 5분 내에 끝내야 해.”
왜 우리는 뜨거운 5분을 원하는가
그 순간은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지독히도 개인적인 불꽃이었다. 상대를 망가뜨리거나 망가질 생각 없이, 그저 파편처럼 부서지는 순간을 원했다.
‘우리는 번쩍이는 불꽃 속에서만 비로소 완전히 사라질 수 있어.’
짧은 시간에 모두를 태워버리면, 다음 날 아침엔 서로를 책임질 이유가 없어진다. 그래서 차갑게 식은 몸뚱이 앞에서 “끝났네” 한마디면 족하다. 육체와 감정을 동시에 익사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도피.
두 개의 실화, 같은 싸늘함
1. 혜지의 37도
강남역 뒷골목 피자집 화장실. 혜지는 4년째 만나는 남자 친구와 사이가 삐걱거렸다. 어느 날 대학 동창 ‘진우’가 손에 든 맥주캔으로 그녀의 이마를 살짝 스쳤다. “혹시 아직도 너무 예뻐서… 봐주기 힘들어?” 술기운 섞인 농담이었다. 7분 후, 화장실 칸 안. 체온 37도, 혜지는 진우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며 속삭였다. “여기서 끝내자.” 그 말은 동시에 둘을 향한 선고였다.
다음 날은 여전히 시원한 11월. 문을 열자마자 진우는 “어제 일은 실수였어”라며 웃었다. 혜지의 몸은 36.5도로 떨어졌다. 그녀는 스마트워치 온도 측정을 멈췄다. 더이상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2. 민재의 니트 가슴
프리랜서 민재. 그는 매주 수요일마다 한 여인을 만났다.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몰랐다. 다만 모텔 열쇠를 받고 300초의 뜨거움을 주고받았다. 어느 날 그녀가 문득 말했다. “너랑 눈 맞는 시간이 10분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후련할까?” 민재는 대답 대신 그녀의 니트 가슴 틈에 얼굴을 묻었다.
한 달 후, 모텔 티비에서 뉴스가 흘렀다. ‘30대 여성, 남편 몰래 수백만 원 상당의 가짜 명품 판매 혐의로…’ 화면 속 낯익은 얼굴. 쓰러질 듯 차가운 가슴을 부여잡으며 민재는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진짜 이름도, 진짜 욕망도 모르고 있었다.
금기를 움켜쥐는 손
5분 동안의 화끈함은 결국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경고의 역설. 우리는 금기 위에 올라타야만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법도, 윤리도, 우정도 다 녹아버리는 그 짧은 화염 속에서.
‘만약 범죄가 5분만 지속된다면,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심리학적으로, 짧은 자극은 뇌의 도파민 회로를 과하게 자극한다. 오래도록 지속되지 않는 쾌락이기에, 끊임없이 추가를 요구한다. 결국 우리는 5분의 용광로를 다시 달구느라 새로운 몸, 새로운 죄, 새로운 거짓을 끌어안는다.
차디찬 문 앞의 너
지금 이 순간, 누구는 여전히 37도를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누구는 36도 이하로 식어버린 몸을 바라보며 웃는다.
너는 어디에 있니? 아직도 뜨거운 5분을 찾아 헤매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식어버린 손끝으로 누군가의 체온을 헤아리고 있는가.
5분 뒤, 문을 나서는 그때 너는 누구의 몸뚱이를 차갑게 내려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