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게이라 믿었던 나, 첫 키스에 토할 뻔했던 진짜 이유

준하의 혀가 내 입속으로 들어온 순간, 모든 게시글이 거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당신은 정말 원하는 걸 원하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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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라 믿었던 나, 첫 키스에 토할 뻔했던 진짜 이유

"니가 먼저 그랬잖아"

"니가 먼저 그랬잖아."

준하의 손이 내 복근 위에 있었다. 뜨거웠다. 아니, 뜨거운 척했다. 사실은 차가웠다. 식은땀이 났다.

나는 준하에게 DM을 먼저 보냈다. 인스타그램 속 그의 사진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 흰 머플러가 잘생긴 턱선을 가렸다. 그 턱선이 나를 움직였다. 아니, 내가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만났다. 홍대 2번 출구. 금요일 밤 11시. 준하는 갈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실제로 보니 더 컸다. 키 183, 나는 175. 그가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 미소가 나를 녹였다. 아니, 나는 녹는다고 생각했다.

혀가 들어오는 순간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건가.

우리는 호텔 방에 있었다. 12층. 유리창 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흐릿하게 보였다. 준하의 손가락이 내 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 세 번째 단추를 풀 때, 그의 숨결이 내 볼에 닿았다. 담배 냄새. 미나리 냄새. 아니, 이상했다. 낯선 냄새였다.

그가 나를 벽에 밀었다. 내가 원하는 장면이었다. 영화 속 장면. 하지만 내 몸은 굳어버렸다. 준하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의 혀가 나온다. 길고, 젖은, 끈적한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온다. 이건... 이게 아닌데. 혀가 내 잇몸을 긁었다. 설명할 수 없는 역겨움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으..."

소리가 나왔다. 준하가 멈췄다.

"뭐야, 별로야?"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 화장실로 뛰어가 물을 마셨다. 거울을 보니 내가 아닌 사람이 있었다.


욕망의 과실

내가 원했던 건 준하가 아니었다. 내가 원했던 건 '게이인 나'였다.

나는 3개월 전부터 레딧 'r/korea' 게시판을 뒤졌다. '서울 게이 바 추천', '첫 경험 팁', 'top/bottom 테스트'. 댓글들은 뜨거웠다.

"형도 처음엔 그래요. 근데 막상 해보면 미친 거 같아요."

"저도 키스할 때 토할 뻔했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나는 그들이 말하는 욕망을 빌려왔다. 그들의 흥분을 내 것인 양 흡수했다. 준하가 나를 원한다는 착각도 나를 원한다는 착각도.

사실은 내가 나를 원한 게 아니었다. '게이로서의 나'를 원한 거지.

준하는 흔들림 없이 게이였다. 나는 아니었다. 나는 그저 게이였으면 좋겠었다. 레딧이 말해주던 그런 게이. 자신감 넘치고, 욕망이 분명하고,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두 개의 입맞춤

첫 번째: 승민(26)의 이야기

승민은 커피숍에서 만났다. 대학로의 작은 카페. 그는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다. 손가락이 길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등 위에 있었다.

"형은 처음이라고 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인 건 준하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나를 재촉했다. 이래야 해. 이래야 게이지.

승민은 멈췄다. "형, 눈 뜨세요."

나는 눈을 떴다. 승민의 눈을 보니 눈물이 있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두 번째: 기하(28)의 이야기

기하는 그날 밤 준하가 아니었다. 키 175, 체격도 비슷했다. 하지만 냄새가 달랐다. 코롱 냄새. 아주 은은했다.

우리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낮의 공원은 사람이 없었다. 기하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기 직전에 나는 피했다.

"죄송해요."

기하는 물었다. "진짜 원하는 게 뭔가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우리는 금기를 욕망한다. 하지만 그 금기는 우리가 만든 금기다. '게이는 이래야 한다'는 금기. '첫 경험은 특별해야 한다'는 금기. 그 금기를 해체하기 위해서 또 다른 금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준하의 혀가 역겨웠던 건가. 아니면 내가 나를 역겨워했던 건가.

심리학자들은 이를 '자기도취적 욕망'이라 부른다. 우리는 상대를 원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원하는 나'를 원한다. 그래서 키스가 틀렸을 때 우리는 패닉에 빠진다. 욕망의 대상이 사라졌으니까. 아니, 욕망하는 '나'가 사라졌으니까.

너는 정말로 원하는 걸 원하는 게 맞니

나는 아직도 준하의 혀를 떠올리면 목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 토할 뻔했던 이유는 준하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준하를 원한 게 아니었다. 나는 '게이라는 나'를 원했다. 하지만 그건 나도 아니었다.

그래서 묻는다. 너는 지금, 정말로 원하는 걸 원하는 게 맞니? 아니면 네가 원한다고 믿게 만든 누군가의 욕망을 빌려오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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