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숨결이 먼저 찾아왔다. 아직 입술이 스치기도 전, 그의 숨결이 내 목덜미를 간질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보다 뜨거운 숨. 키가 잠기는 소리와 동시에 그의 손이 내 블라우스 단추를 두 개를 뽀드득 풀었다. 딸깍, 딸깍—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가슴 위로 그의 손끝이 와 있었다.
—빨리, 지하철 끊기기 전에.
나는 그의 손등을 잡았다. 느리게. 단추 하나하나를 떨리는 손끝으로 풀어가길 원했다.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 입맞춤 대신 숨만 거칠게 뱉었다. 그라인드. 그 단어가 살아 움직이는 마찰, 본능이 굳은 자.
—
춤추듯 몸을 비벼대는 그라인드.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춤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기계적 접촉, 곧장 목적지로 가는 지름길. 나는 그의 눈빛을 찾았다. 내가 너를 느끼는 건지, 아니면 끝내고 싶은 건지. 물어보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20층에 도착하자 그는 이미 호텔 키를 꺼내 들었다. 12분 뒤 만료. 그라인드의 시간표는 칼같았다.
—
지난여름, 수영장. 준호는 흰 수건을 둘둘 말아 내 머리를 감쌌다.
—머리카락이 짧아졌네요. —너무 뜨거워서 잘랐어요. —그래도 느릿느릿 자라겠죠.
그 한마디가 내 귓바퀴를 서서히 데웠다. 흰 수건에 스며든 물방울이 그의 손끝으로 되돌아오는 듯했다. 준호는 내 머리를 털어주며 말했다.
—재료는 시간이 필요하대요. 시간이 전부 끌어당긴다고.
재료는 누구였을까. 나였을까. 아니면 그가 끌어당기고 싶은 나의 욕망이었을까. 그날 나는 수영장을 나오지 않았다. 물속에서 발을 헛디뎌도, 흰 수건은 끝까지 느리게 나를 감쌌다.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그라인드 남자의 손은 뜨거웠고, 준호의 손은 미지근했다.
—
신호 하나 없이 사라진 밤. 다시 그라인드 남자의 집. 엘리베이터 10초, 그 사이에 그의 이빨이 내 목덜미를 스쳤다.
—오늘은 늦었잖아요. —빨리 끝내고 자야지.
방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나를 소파에 눕혔다. 블라우스 단추가 뽀드득 풀리는 소리. 나는 느리게, 한참을, 끝없이 원했다. 그는 내 가슴 위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왜 느리게 해달라고 하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느림은 사랑의 일부였다. 느림은 그가 나를 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그는 눈을 감았다.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아래로—골격만 파악했다. 나는 천장의 크롬 조명만 바라봤다. 빛이 번쩍일 때마다 생각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사랑이 아니야.
—
준호는 아주 작은 씨앗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키워보세요. 느릿느릿 키우면 돼요.
씨앗은 지금 내 창가에 있다. 매일 아침 조심스레 물을 준다. 아직 움직이지 않았지만 믿는다. 언젠가 느릿느릿 자라날 거라고. 씨앗이 자라는 동안, 준호의 손길을 떠올린다. 물 한 방울이 씨앗에 스며드는 듯했다.
—
그라인드 남자의 시간표는 완벽했다. 무언가를 얻고, 다음 타깃으로. 내 몸에 이름표를 붙이듯 숫자를 찍었다.
—너, 3번째야.
숫자로 불리는 감각. 다이소 물건처럼 처리되는 느낌. 속도의 환각은 지금 이 순간만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환각은 금방 깨진다. 그라인드 남자는 다음날 아침 번개처럼 사라졌다.
—
준호는 여전히 수영장에서 일한다. 가끔 간다. 수영을 마치고 흰 수건을 받으며 묻는다.
—오늘도 느릿느릿 자라나고 있나요? —네, 시간이 하는 일이죠.
시간이 하는 일. 우리 사이에 심어진 씨앗이 느릿느릿 자라나듯이. 흰 수건이 내 머리카락을 감싸는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그 손끝은 머리카락 끝에서 시작해 이마, 눈썹, 볼, 입술을 지나간다. 느릿느릿. 한 폭의 그림을 그려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