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의 손끝이 내 무릎을 열 때, 나는 10살 뒤로 물러난다

나이 차 10년, 그의 새까만 손톱이 무릎 안쪽 살을 긁을 때마다 내가 뒤로 물러나는 이유. 숫자는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당신은 앞질러도, 뒤쳐도 안 돼’라 속삭이는 규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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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끝이 내 무릎을 열 때, 나는 10살 뒤로 물러난다

한 번만 더 눌러줘.

유리아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했다. 새까만 손톱이 무릎 안쪽 살을 긁었다. 한 번, 두 번, 아홉 번째였을까. 스물아홉의 무릎은 스르륵 벌어졌다. 서른아홉의 손가락 끝에서 식은땀이 옮아왔다.

차가운 거실 바닥, 투명한 커피 테이블 위. 엎드린 내 몸 위로 그의 숨결이 내려앉았다. 눈을 감으면 29와 39의 체온 차가 느껴졌다. 그가 넣는 커피 한 모금, 내가 따라주는 홍차 한 모금. 숫자는 단순한 나이가 아니었다. 매 순간 '당신은 앞질러도, 뒤쳐도 안 돼'라 속삭이는 규칙이었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 뒤로 물러나는 나

세월이 모자라면 될수록 괜찮아.

유리아는 눈을 들지 않았다. 반사된 우리는 차이를 숨기려는 연극 같았다. 내가 먼저 ‘형’이라 부르자, 그는 키를 낮춰 미소 지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그가 뒤에서 내 허리를 잡았다. 손등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문이 닫히기 전에 내 머리가 그의 어깨로 쏙 내려앉았다. 노크 소리도 없이.

“너무 쉽게 흔들리면, 나도 놀라.”

그가 속삭인 말은 복도의 형광등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리는 쪽은 분명 나였지만, 무너지는 쪽은 그였다. 그래서 더 아찔했다.


그가 잡은 곳은 무릎이었고, 내가 잡은 곳은 공허였다

유리아는 나보다 10년 먼저 세상을 경험했다. 그 10년은 그만큼 실패도 더 많았을 법하다. 그래서 그는 두려웠다. 내가 29라는 숫자 안에서 성취할 수 있는, 혹은 이미 가진 무언가가 그를 위협했다. 그는 내 무릎을 잡고 당길 때마다 자신의 열세를 메우려 했다. 손끝으로 나를 지배하는 착각을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그 착각을 위해 몸을 한쪽으로 기울였다.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면, 나는 강해진다는 간단한 공식.


주차장 아래, 시우의 발끝

지하 3층. 형광등이 끊기는 순간, 시우는 휴대폰 불빛을 껐다. 31살, 회사 5년 차. 21살 대학생 도현이 다가왔다. 손전등을 들고 그녀의 발끝을 비췄다.

흰 운동화 위로 불빛이 비뚤어졌다. 시우는 알았다. 이건 시작이 아니라 끝이었다.

도현은 그녀의 발등을 밟았다. 잠시 후 그의 손이 발등 위로 미끄러졌다. 신발 끈을 천천히 풀어가며, 그는 말했다.

“누나는 여기서 언제까지일까.”

그 말은 시우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31이라는 숫자가 주차장 천장에 맺혔다. 도현은 여전히 손끝으로 누나를 재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더 젊으니까, 죄송하다는 말은 필요 없어. 그 생각 하나로 시우는 무릎을 꿇었다.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나이 차이가 주는 자극은 의도치 않게 반복된다. 젊음은 상대편에게 내가 가진 시간을 뛰어넘을 힘이라는 착각을 심어준다. 더 어린 이의 손끝은 미래를 가진 듯 보이고, 더 늙은 이의 손끝은 지난날을 안긴다. 두 개의 축이 교차할 때, 욕망은 사다리꼴이 된다. 위로 올라가고 싶은,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 서로를 향해 달리는 질주.

한쪽이 아주 작은 것—손가락 하나, 눈빛 하나—으로도 상대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는 착각. 그 착각은 실제보다 강하다. 욕망은 실제보다 강하다.


종이 한 장 차이

나는 유리아의 손끝에 다시 무너지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우리는 똑같은 29와 39를 반복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열 살 차이는 종이 한 장 두께일 뿐이라는 것을. 그 종이를 넘을 때마다 우리는 계단처럼 부서진다. 한쪽은 위로, 한쪽은 아래로. 유리아는 아직도 나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이야기한다.

“괜찮아, 너는 아직 뛰어넘을 수 있어.”

그 말은 거짓이다.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 있다. 뛰어넘을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더 깊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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