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의 눈동자에 8년째 갇힌 나는 아직도 속고 있다

같은 여자, 같은 거짓말, 같은 향수. 두 남자가 8년째 반복되는 배신을 ‘관찰’하며 느끼는 은밀한 쾌감. 진실을 알면서도 끌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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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동자에 8년째 갇힌 나는 아직도 속고 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눈빛이 먼저 말했다

"오늘은 안 돼."

아니, 오늘은 되는 거잖아.

나는 그녀의 목 뒤에 손을 얹었다. 검은색 스웨터 칼라 사이로 흘러나온 향수 냄새, 여섯 달 만에 맡는 그 냄새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가 떨렸다. 아니, 떨리는 척했다. 나는 눈치챘다.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8년째.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나

우리는 2016년 3월, 연희동의 한 삼겹살집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는 서른이었고, 나는 서른셋이었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여기 오면서 길 잃었어요."

거짓말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녀는 내가 애용하는 집을 일주일 전부터 매일 지켜보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앉는 테이블까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녀가 단순한 손담인 줄 알았다. 첫 키스는 그날 밤, 내 차 안에서였다.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결혼은 2017년 1월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너만은 달라."

그날 이후로 나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하지만 믿지 않으면서도 끌렸다. 그녀가 거짓말할 때마다 숨결이 달라졌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눈빛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내 욕망을 봤다. 나를 속이는 그녀를 지켜보는 것. 그게 쾌감이었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에게도 똑같은 향수

2022년 12월.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해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 나만 알고 있었다. 그녀의 새 남편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도 모른 척했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녀가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새 남편도 나와 같은 향수를 맡게 될 거라는 것을. 똑같은 거짓말을 듣게 될 거라는 것을. 그날도 그녀는 검은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목 뒤에 손을 얹자 그녀는 떨었다. 똑같은 떨림이었다.

나는 왜 다시 뛰어들었을까. 아니, 나는 왜 절대 뛰어들지 않았을까. 나는 단지 관찰자였다. 그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속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찰자였을 뿐이다.


진실을 아는 그 순간의 쾌감

"너, 알고 있었지?"

2023년 4월.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 나를 찾아왔다. 김현수. 서른다섯의 은행원. 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녀가 너랑 떠났다고 생각했어. 근데 아니었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향수 냄새. 우리 집에도 그 냄새가 있었어. 같은 거였어."

나는 웃었다. 아니, 나는 울었다. 우리 둘 다. 그녀가 떠났을 때 우리는 서로를 알았다. 우리는 같은 여자에게 속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속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를 속이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를 속이는 동안. 우리는 그녀가 누군가를 속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게 우리의 욕망이었다.


왜 우리는 거짓말에 끌리는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거짓말을 듣는 것이 더 흥미롭다고. 진실은 지루하다. 거짓말은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달랐다. 우리는 거짓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듣고 싶었다. 거짓말의 틈을 파헤치는 것. 그 틈에서 자신의 욕망을 확인하는 것. 그게 우리의 쾌감이었다.

그녀는 똑같은 향수를 쓴다. 똑같은 거짓말을 한다. 똑같은 떨림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이 넘어간다. 아니, 넘어가는 척한다. 우리는 그녀가 누군가를 속이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다. 그것이 우리의 금기이다. 우리는 그녀의 거짓말을 믿고 싶지 않으면서도 믿고 싶어한다. 믿는다고 속이면서 믿고 싶어한다.


너는 지금 누군가의 거짓말을 알고 있니?

오늘 밤, 네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를 다시 읽어봐. "나 지금 집이야." 그게 진짜일까? 아니, 너는 이미 알고 있지. 너는 그 거짓말을 알면서도 넘어가고 싶어한다. 너는 그 거짓말의 틈을 파헤치면서도 그 틈을 다시 메우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너는 지금 누군가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듣고 있니? 그리고 너는 왜 그 거짓말을 끝까지 듣고 싶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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