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우리는 서로를 속이면서 더 뜨겁게 원했다

서로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이중 플레이. 그 순간이 우리만의 뜨거운 신뢰 테스트였다.

거짓말이중적욕망초기관계
우리는 서로를 속이면서 더 뜨겁게 원했다

"나 오늘 약속 있어" 그 말이 사실은 시작이었다

밤 11시 47분, 종로 3가의 술집. 혜원은 스크린 너머로 승우의 메시지를 확인하며 속으로 웃었다.

나 오늘 약속 있어, 먼저 들어갈게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30분 전만 해도 같은 동네 다른 술집에서 대학 동창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승우가 발을 들이는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였다. 그가 어디서 누구와 있는지, 그리고 그도 또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그래도 서로에게서 거짓말을 기대했다. 그래야만 진짜가 되는 것처럼.


욕망은 결국 검증장치였다

그날 밤 혜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승우의 테이블을 지나쳤다. 그의 눈이 흔들리는 순간, 그녀의 속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마워'

이상할 정도로 환해지는 기분. 마치 두 사람이 함께 은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서로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이중 플레이는 사실 가장 치명적인 신뢰 테스트였던 것이다.

네가 날 속일 수 있다는 걸, 그래도 내가 널 원한다는 걸 증명하는 거야.


두 개의 진실이 엇갈린 밤

첫 번째 이야기 - 지민, 29세 회사원

지민은 4개월째 썸을 타던 주혁에게서 "오늘 회식이라 늦을 것 같아"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은 그녀도 같은 거짓말을 했다. 둘 다 잠실 롯데타운 영화관 3층, 같은 팝콘 매장 앞에서 마주쳤다.

너도 나 속였네
너도 그랬잖아

서로의 손에 들린 영화 티켓이 다르지 않았다. 지민은 혼자 보고 싶던 영화, 주혁도 똑같았다. 그런데도 둘은 다른 영화관으로 갔다가 다시 만났다.

그날 이후 그들은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각자의 거짓말로 시작하는 데이트를 이어갔다. "혼자 쉰다"는 문자를 주고받고는 같은 펜션 예약을 했다. "친구 만난다"고 하고는 같은 클럽에 갔다.

서로의 거짓말을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뜨거웠다. 네가 날 속일 수 있고, 그런 너도 날 원한다는 사실.


두 번째 이야기 - 석진, 32세 마케터

석진은 6번의 만남 끝에 은서에게 처음으로 진짜 거짓말을 했다. "오늘 퇴근이 늦을 것 같아, 미안" 그러나 은서는 이미 그의 회사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자신을 만나러 가고 있다는 걸.

석진은 은서의 친구 소연이었다. 소연을 만나는 척하면서 실은 은서를 만나러 가는 거짓말. 그리고 은서도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척 모르는 거짓말.

우리는 서로를 속이면서, 서로를 확인했다.


금기는 왜 이렇게 달콤할까

우리는 왜 서로를 속이면서도 더 뜨겁게 원하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파라독스컬 인티메이시'라 부른다. 거짓말이 진실을 낳는 역설적 순간. 당신이 나를 속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의 용기를 확인하는 순간.

네가 나를 속인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너를 원한다.

이것은 사실 최고의 기만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거짓말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 둘만의 비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간파할 수 없는 우리만의 진실.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속이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속고 있는가?

그리고 그 순간을 오히려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 서로의 거짓말이 겹쳐지는 바로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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