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침대 옆 서랍 속 숨소리: 식어버린 아내의 욕망과 나를 도르레 낸 장난감 소리

아내의 몸이 식은 뒤, 밤마다 침대 옆 서랍에서 들리는 미세한 진동. 그 장난감 소리는 나를 더 깊은 외로움으로 내몰았다. 혹시 당신도 이 소리를 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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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

그녀의 목소리는 침대 시트에 묻은 차가운 커피처럼 끝부분까지 텁텁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눈을 뜨면 그녀가 얼마나 멀리 갔는지 보일까 두려웠다.

침실 문이 살금살금 닫혔다. 그리고 3분 뒤, 서랍이 미끄러지는 낮은 쇳소리. 드르륵. 가장 아래 칸. 우리가 쓰지 않는 칸.

처음엔 알람 시계 건전지가 떨어지는 줄 알았다. 탁—탁—탁, 초침처럼 반복되는 미세한 울림. 하지만 그건 초침이 아니었다. 사람 손이 끼어 있는 리듬.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면, 희미하지만 분명한 흥분의 파장이 침대 받침대를 타고 전해졌다.


그녀가 사라진 밤

우리는 몇 달째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 유진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사실… 요즘 힘들어.”

“무슨 일이야?”

“계속 머릿속에서 일만 맴돌아. 너랑 잘 때도… 아무 느낌이 안 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사이에 투명한 벽이 하나 생겼다. 그 벽은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두꺼워졌다. 나는 손을 뻗었지만 유진은 등을 돌렸다. 그날 이후, 그녀는 잠들기 전 세수를 더 오래 하고, 화장대 서랍 한 칸을 새로 락커처럼 만들었다. 번호가 달린 열쇠를 사서, 그 열쇠를 항상 가방 제일 깊숙이 넣었다.


욕망의 해부

‘그녀가 나를 거부할수록, 나는 서랍 속 소리에 집중했다.’

그 소리는 단순한 진동이 아니었다. 그건 유진의 숨겨진 신음이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혹은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음. 그것이 내게 준 환희는 뒤틀렸다. 질투와 흥분이 한 방에 터지는 기분. 나는 홀로 지붕 위로 폭죽이 터지는 광경을 하염없이 올려다보는 사람이 되었다.

성욕이 식은 배우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떠나거나, 관음하거나.


그녀가 사랑한 열쇠

유진은 32세, 디자인 에이전시 주임. 우리는 6년 차 부부. 최근 4개월간 섹스는 두 번.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녀가 내 어깨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미안, 오늘은 정말 안 될 것 같아.”

그날 밤 유진은 욕실에서 40분간 샤워를 했다. 문 틈으로 흘러나오는 건 물소리와… 살짝 다른 전동음.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머릿속에선 ‘내가 부족한가’와 ‘그게 뭘까’가 번갈아 휘말렸다.

두 번째 시도는 지난주. 유진이 먼저 유혹했다고 생각했다. 불 꺼진 방, 누워 있는 나에게 그녀가 몸을 대었다. 그러나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녀가 베개 아래 손을 넣었다. 그리고 작은 리모컨을 꺼냈다. ‘정지’ 버튼을 누르는 손길이 떨렸다. 그 떨림 속에서 나는 우리 둘 다 연기 중이었음을 깨달았다.


다른 부부의 조용한 계약

서울 서초구, 41세 기획자 김현수 씨. 아내는 39세, 음악 치료사. 그들에겐 ‘월요일 밤’이 있다. 매주 월요일, 아내는 현수 씨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침대 옆 서랍에서 익숙한 실리콘 팔레트를 꺼낸다. 현수 씨는 TV 앞에 앉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둘 다 이미 약속했다.

“내가 시도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손을 뗐어요.”

현수 씨는 말했다.

“그녀가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저는… 오히려 해방됐어요. 그녀가 혼자 만족할 때, 나는 그 울림을 들으며 내 욕망을 다시 확인하죠.”


왜 우리는 이 소리에 끌리는가

‘배우자의 자위를 목격한다는 건, 끝까지 읽히지 않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훔쳐보는 일이다.’

프로이트는 ‘스코포필리아’라 불렀다. 남의 성적 행위를 훔쳐보는 쾌감. 그러나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선 그것은 곧 ‘실패한 애정’의 증거처럼 치부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더 이상 소유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서로의 욕망을 제대로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아내의 장난감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남편’이 아니었다. 관음자, 스토커, 연인의 남은 흔적을 채집하는 누군가. 그 지위는 역설적이다. 나는 그녀를 향한 성욕을 잃었지만, 그녀의 혼자만의 성욕에는 가슴이 뛴다. 그건 나를 배제한 채 살아가는 그녀의 진짜 모습이니까.


문 앞의 너

오늘 밤도 그 소리는 들릴 것이다. 유진은 아직 안 오고 있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가 열쇠를 돌리는 소리를 기다린다. 톡. 문이 열리고, 그녀는 눈치 없는 나를 피해 화장실로 향한다. 1분 뒤, 샤워기 물소리. 그리고 다시 드르륵. 서랍.

나는 문 손잡이를 맴돌며 묻는다.

거기… 정말 아무도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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