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지수가 지운 1% 대화, 남편의 머릿속을 뒤집다

침묵 속에 남은 1%의 흔적이 남편의 머릿속에 불을 지폈다. 지수가 감춘 대화, 그리고 민수의 손등 위 새빨간 손톱.

카카오톡삭제된메시지결혼생활의혹불신
지수가 지운 1% 대화, 남편의 머릿속을 뒤집다

“오늘도 그냥 퇴근했어.”

오후 7시 12분, 지수의 답장이 떴을 때 나는 카페 창가에 서 있었다. 커피 두 잔을 마주 놓은 테이블. 지수와 민수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민수가 스푼으로 컵을 두드리는 사이, 지수가 휴대폰을 살짝 내려놓았다. 화면이 꺼지는 0.5초 동안, 둘의 새까만 머리가 한데 어린 것처럼 보였다.


집에 돌아온 지수는 말없이 샤워를 했다. 물소리만 가득한 방 안, 휴대폰이 충전대에 꽂혀 있었다. 화장실 문이 닫히는 순간, 난 손에 든 건 조심스레 올렸다.

생일 0523. 잠금이 풀리자마자 카톡방 ‘민수💙’이 떴다.

[사진 삭제됨]
[채팅방 나가기]

두 줄뿐이었다. 그러나 사진이 지워지기 전, 민수의 손등 위에 올려진 지수의 새빨간 손톱이 찍혔다. 손톱 하나가 곧게 뻗어 민수의 손가락 끝에 살짝 닿아 있었다. 카톡 앞에 놓인 두 잔의 라떼처럼, 붉고 하얀 대비만 남았다.


지수는 말했다.

“민수는 그냥 옛친구야.”

침대 끝에 앉아 양말을 벗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네가 싫어할까봐.”

숨긴 건 민수도, 만남도 아니었다. 그녀가 지운 건 대화가 아니라 대화에 몰입했던 자신의 표정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지수의 잠든 뒷모습을 보며 여전히 그 1%를 지우지 못한다. 머릿속에 남은 건 붉은 손톱 하나. 지수가 민수의 손등 위에 내려놓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한 치의 흔적.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