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Hook)
- 너 떠나면 나도 떠날래.
그 말이 새벽 2시 47분에 채팅창에 떴다. 승후는 그대로 굳었다. 이틀 뒤면 인천에서 시작하는 출근길이 3시간이나 늘어난다. 지금 누워 있는 침대는 서울 연남동. 옆에 누운 유진은 꿈결인지 숨소리마저 달콤했다.
너 떠나면 나도 떠날래. 다시 한 번 훑었다. 이건 네가 선택하라는 뜻이야, 아니면 끊으라는 뜻이야?
욕망의 해부 새벽 3시가 되면 이 방은 두 개의 시간이 맞부딪친다.
내가 떠나면 너도 떠날래?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결국 자기 일부를 도려내는 행위다. 채용 문자가 온 순간부터 승후는 떠날 준비를 했지만, 동시에 안간힘으로 끌어안았다.
3개월은 딱 좋은 길이였다. 서로의 생리주기까지 알기엔 짧고, 미래를 계획하기엔 길다. 키스할 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던 것도, 어느새 서로의 손을 놓고 잠드는 것도 운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새벽 버스표 한 장이면 모든 게 흔들렸다. 3시간은 키스보다 더 깊은 거리다.
실제 같은 이야기
뜨거운 3개월과 차가운 3시간 사이
2023년 11월, 김해공항 근처 모텔 302호.
정우는 승무원 면접 떨어진 날 밤 그녀와 함께였다. 3개월 차였던 지수는 그를 달래주듯 속삭였다.
"오늘만큼은 안 보낼 거야."
정우는 목뒤에 그녀의 숨결이 닿자마자,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지수는 창밖을 바라봤다.
"자기, 나 여기 있을래."
바로 그때 직진거리 3km, 김해공항 활주로 위로 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정우는 그 착륙음이 자신의 심장을 찢는 줄 알았다.
그녀의 거짓말은 9분이었다
2022년 5월, 대구 시외버스 터미널.
채원은 떠나기로 한 날,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짐 싸는 동안 유리카페는 카톡으로 계속 왔다.
늦었어?
차가 막혀서요 9분만 더 기다려줘
채원은 그 9분이 2주 후, 2달 후, 2년 후까지 이어질 거란 걸 눈치챘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 카톡은 끊겼다. 15분 뒤에 돌아온 답장은 짧았다.
내가 먼저 끊을게.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읽씹’했다. 3시간 거리는 눈높이 키스보다 더 빨리 식었다.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사람은 끊기 직전의 끈을 가장 매력적으로 본다. 눈앞에서 사라질 것 같은 관계는 자기 존재를 지탱하는 맛이 있다.
내가 떠나면 너도 떠날래?
그 질문은 사실 양보다는 협박이다. 네가 날 떠나는 순간, 나도 네가 아닌 다른 걸 떠날 거야.
3개월은 딱 좋은 실험 시간이다. 사랑이 끝나는 지점, 욕망이 해소되는 지점, 혹은 집착이 시작되는 지점을 여러 번 찍을 수 있다. 거리는 그 지점을 강제로 끌어당긴다.
마지막 질문 새벽 3시 14분. 승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유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아직도, 아주 잠시라도, 다음 날도 눈 뜨면 여기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누가 먼저 떠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