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차가워진 손길, 아이 낳자던 남편이 침대 끝에 앉아 등 돌린 이유

“애 낳고 키우는 거 자체가 죄 짓는 기분이야” 태어뜰 아이를 품에 안고 싶다던 남편이 침대 끝에 등 돌리고 있었다. 그 차가운 손길 뒤에 숨겨진 욕망의 온도를 추적한다.

임신남편의 변심성욕소실부정적 예비부부임신우울증
차가워진 손길, 아이 낳자던 남편이 침대 끝에 앉아 등 돌린 이유

“우리 아기 첨음으로 심장 소리 들었대”

초음파실 조명 아래, 의사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작은 심장이 뛰고 있었다. 수진은 눈물이 났다. 유준은 고개를 돌렸다. 병원 벽에 걸린 비상구 표지판만 바라봤다.

나는 왜 갑자기 이 아이가 두려워졌을까.
그건 분명 내가 원했던 아이인데.


욕망의 실내온도

아이를 원했던 남자들은 임신 고지 후 하나둘 침실 온도를 낮춘다.

1. 성욕, 닿지 않는 피부

배가 불러오면서 그의 손길은 위로 향하지 아래로 향하지 않는다. 한때는 뜨거웠던 손이 이제는 침대 끝에 털썩 앉아서 등을 돌리고 멈춰버린다. 그의 눈앞에서 ‘우리’의 몸은 ‘증식 기계’가 아니라, 절대로 넘어서선 안 될 선이 된다. 침대 위 두 몸 사이의 거리는 서서히 냉각된다. 아무리 이불을 덮어도 차가워지는 부분이 있다.

2. 소유욕, 내가 아닌 아이

아이는 그가 그려둔 ‘작은 나’가 아니라 ‘나와 분리된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유준이 생각했던 가족사진 속 중심축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우리 가족의 주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배 위로 내려다보는 초음파 화면에서 뼈저리게 깨닫는다.

3. 도망욕, 뜨거운 술잔으로 달아나기

임신 6개월이 되자 유준의 야근은 갑자기 늘었다. 술자리 뒷풀이는 ‘회사 눈치’라는 이름의 핑계였다. 그러나 그가 진짜 피하려는 건 ‘집’이다. 집 안 베이비 프라이스 유모차, 조립 중인 아기 침대, 하얀 손망치와 못들이 두려움의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술집 냄새, 담배 연기, 시끄러운 음악은 임신의 숨소리를 잠시 차단해주는 방음벽이 된다.


실제 같은 이야기

사례 1: 유진, 32세, 임신 6개월 차

유진은 태어뜰 이름을 연습 삼아 매일 적었다. 민우야, 엄마는 어제도 꿈에서 네가 웃는 걸 봤어. 남편 승우는 그 뒷장에 작은 글씨로 메모했다.

만약 내가 아빠가 되는 걸 실패하면?

승우는 요즘 말수가 확 줄었다. 유진이 복부를 만지면 그는 화장실로 간다. 유진은 승우의 휴대폰을 엿본 적 있다. 검색 기록이었다.

  • ‘아기 태어나도 후회 남자’
  • ‘출산 후 성관계 언제부터’
  • ‘부모가 되기 싫은 마음 병명’

사례 2: 나영, 29세, 임신 8개월 차

나영은 남편 재혁에게 아기 옷을 보여줬다. 이건 첫 집들이 옷, 이건 첫 크리스마스 파티용. 재혁은 티셔츠를 내려놓고 말했다.

사실... 나 아기 냄새 싫어한다.

나영은 웃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혁의 표정은 진지했다. 심지어 침을 뱉으며 헹구는 소리가 욕실에서 길게 이어졌다. 아기 옷에서 풍기는 보습제 향이 역겹다는 이유였다. 그날 박 나영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배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나를 향한 그의 역겨움은 곧 아기로 이어질 거라는데,
내가 잘못된 걸까.


금기의 뿌리

남자들은 아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죄’를 떠올린다.

내가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아이에게 또 물려주는 게 아닐까?

게다가 임신은 ‘보호’가 아닌 ‘투명 인간화’를 부른다. 남편은 이제 ‘임산부의 남편’이 되어, 의사와 간호사의 눈에서 투명 인간이 된다. 그의 불안과 두려움은 병원 문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5개월 이후 남편의 우울 증상이 38%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산부인과 대기실 어디에도 그들을 위한 의자는 없다.


죄책감의 시선

수진은 지난주 남편 유준과 카톡했다. 오늘 태교 같이 할래? 30분 후 답장이 왔다.

일요일은 혼자 쉬고 싶다.

수진은 그날 오후, 혼자 스캔본 사진첩을 뒤적였다. 유준이 5년 전 자신의 생일에 쓴 편지가 있었다.

나는 너와 아이를 품에 안고 싶다. 그게 내 인생의 전부일 거야.

수진은 편지를 다시 접었다. 그의 욕망은 사라진 게 아니라, 숨겨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품에 안겨야 할까.
혼자 남은 몸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동시에 안고 싶은데.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