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차가운 침대 위, 그녀의 숨소리만 남았다

아내의 외도 이후, 함께 누워 있지만 마음은 이미 떠난 남자의 음습한 고백. 차가운 침대 위에서 들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왜 아직도 그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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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침대 위, 그녀의 숨소리만 남았다

밤 새워 담배 냄새를 피우다가 새벽 3시, 나는 침대 끝에 앉아 있다. 옆에 누운 아내의 발끝이 살짝 닿는다. 차가운 철사 하나가 피부를 간질이는 듯한 느낌. 이 여자는 어젯밤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남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겠지. 그리고 지금 내 곁에서 숨을 뱉는다.

왜 나는 아직도 이 침대에 누워 있는 거지?


배신을 알게 된 지 일주일, 나는 내심 기대했다. 용서를 빌며 무릎 꿇는 모습, 혹은 떠나가는 뒷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아내는 잠만 잤다. 평소보다 더 깊은 잠. 숨소리 속엔 부끄러움도 설렘도 없었다. 그 공백이 차가워서, 나는 손등으로 아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반응 없음.

그럴수록 몸 안에선 뜨거운 무언가가 차올랐다. 이 침대 위에서 그녀는 나를 속였고, 나는 그녀를 아직도 몸으로 기억한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손끝이 기억하는 온도와 머릿속이 기억하는 실루엷이 엇갈리면서, 나는 한밤중에 처음으로 숨을 헐떡였다.


CCTV를 돌려보면 6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화요일 오후 7시, 아내는 ‘헬스장 등록’을 했던 날. 영상 속 엘리베이터 안, 아내와 트레이너가 서 있다. 말 한마디 없던 사이, 아내의 손끝이 남자의 손등을 스친다. 0.7초, 모니터 한 화면이 순간 깜박거린다.

그날 이후 나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마사지샵 앞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흰 스포츠카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남자의 손길, 차 안에서 터지는 잠시 웃음. 지금 그녀는 행복해라는 생각이 손톱 밑 스칼핑칼처럼 박혔다. 그날 밤 눈을 감자마자 아내의 웃음소리가 귀 뒤편에서 울렸다.


2019년 9월, 부산 해운대. 우리는 신혼여행을 왔다. 해변에서 찍은 사진들이 아직도 휴대폰 갤러리 첫 줄에 있다. 아내는 그때 정말 사랑했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2년 뒤, 같은 장소에서 사진 속 한 명이 아닌 남자와 다시 찍힌 사진이 SNS 피드에 떴다. 해시태그 #재방문 #둘만의_비밀.

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부산행 KTX를 탔다. 3시간 반, 창밖으로 지나가는 초록 풍경이 모두 아내의 눈동자 같았다. 부산역에 도착했을 때 밤 10시. 민박집 2층 난간에서 그녀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불빛 아래 그 모습이 너무 선명해서,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아, 나는 이미 떠난 거구나라고 깨달았다.


배신 이후의 침대는 시한폭탄이다. 한쪽에선 가슴이 터질 듯 뛰는데, 다른 쪽에선 누군가 눈을 감고 있다. 그 온도 차가 사람을 중독시킨다. 아직도 여기 있으면서 왜 떠나지 못해? 본능과 이성 사이를 넘나드는 경계 지점이 얼음장처럼 가늘다.

몸은 보복하려 들 땐, 마음은 이미 복수의 지도를 그려놓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냉장고 문을 열고 *밥 먹고 갈까요?*라고 묻는다. 그 말 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온기가, 아직도 내가 이 침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옆에 누운 사람의 숨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손에 잡힌 손목은 여전히 따뜻한데, 왜 이렇게 시려. 아내의 배신 뒤에도 당신은 이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당신의 마음이 그녀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머무는 이유를 묻는다.

그리고 당신, 오늘 밤도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무엇을 떠올릴 것인가. 아니, 무엇을 떠올릴 수 없는지를 떠올릴 것인가. 차가운 침대 위, 그녀의 숨소리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숨소리를 끌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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