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밤마다 남편의 카톡을 확인하는 나, 이제 물을 수 없는 이유

무슨 일 있냐고 끝없이 묻던 순간,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사랑의 끝.

결혼불신집착배신감시
밤마다 남편의 카톡을 확인하는 나, 이제 물을 수 없는 이유

그녀는 2시 47분에 왔다

문 앞에 놓인 남편의 운동화 끈을 보는 순간, 나는 알았다. 아니, 그 전부터 알았다. 단지 몇 시간 전에 본 것과 다른 매듭이 묶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나비 매듭'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왜 운동화 끈이 바뀌었을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한 건 3주 전이었다. 그날도 남편은 2시 47분에 들어왔다. 늘 그랬다. 새벽 2시 47분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섹스한 시간이었다. 그 후로 딱 3주. 그는 매일같이 2시 47분에 집에 들어왔다.

욕망의 해부학

나는 그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무슨 일이야?"

그는 대답했다. "야근이야."

다음날도 물었다.

"무슨 일 있어?"

"회식이 길어졌어."

셋째 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내가 알아냈다. 그의 정장 주머니에서 나온 별로 머리카락. 봄비 오는 날 뒷좌석에 남은 여자 향수 냄새. 그리고 운동화 끈의 매듭.

하지만 나는 계속 물었다. 아니, 계속 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그 이유를 말하자면 너무 부끄럽다.

나는 그가 거짓말하는 순간을 사랑했으니까.

그가 "야근이야"라고 말할 때 잠시 떨리는 입꼬리. "회식이야"라고 할 때 피하지 못하는 눈빛. 그 순간들이 나를 흥분시켰다. 나는 그의 거짓말을 사랑했고, 그 거짓말을 간파하는 나 자신을 더 사랑했다.

지혜와 은정의 이야기

내 친구 지혜는 지난달 이혼했다. 남편이 2년째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1년 전부터 알았다고 했다.

"어떻게 알았어?"

지혜는 웃으며 말했다. "그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시계가 3시 33분을 가리켰어. 딱 3시 33분.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나도 매일 3시 33분에 일어났어. 거실에서 기다렸고. 그가 현관문을 열 때마다 나는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었지. 매일같이."

"그러면 뭐라고 했어?"

"처음엔 회식이래. 그 다음엔 친구 생일파티래. 그러다 나중엔 그냥 침묵했어. 그런데 지은아, 나는 알고 있었거든. 그가 뭐라고 대답하든."

지혜의 눈이 이상하게 빛났다. "나는 그가 거짓말하는 순간이 좋았어. 그가 나에게 거짓말한다는 게, 아직 나를 버리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또 다른 친구 은정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남편의 카톡을 매일 밤 확인했다. 3개월째였다.

"어떻게 해요? 비밀번호도 모르잖아."

"지문이야. 그가 잠들면 손가락을 대면 돼."

은정은 말했다. "처음엔 그냥 궁금했어. 근데 이상하잖아? 그가 누구랑 얘기하는지 보다가, 나는 그가 나한테 안 하는 말들을 다른 사람에게 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래서?"

"더 자주 봤어. 아니, 봐야만 했어. 왜냐면 그가 나에게는 한 번도 건네지 않던 말들이 있었거든. '오늘 힘들었다' 그런 말도 없었고..."

금기의 달콤함

우리는 왜 이토록 끌리는가?

정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붕괴 직전의 순간을 사랑한다. 눈앞에서 무너지는 관계, 서서히 갉아먹히는 신뢰, 그 모든 것이 주는 금기의 쾌감.

나는 남편의 운동화 끈을 보고 있었다. 나비 매듭. 그는 평생 못 배운 매듭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묶어준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나는 이제 물을 수 없다.

왜냐고? 답을 알면서 묻는 건 더 이상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새벽 2시 47분, 남편이 문을 열 때 나는 더 이상 "무슨 일 있어?"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해 버렸다.

나는 그냥 말했다. "오늘도 2시 47분이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눈빛이 흔들렸고, 입이 말라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의 거짓말을 사랑했던 게 아니라, 그의 거짓말이 끝나는 순간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질문

아직도 당신은 무슨 일 있냐고 묻는가? 아니면 이미 모든 답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건, 그 답을 듣는 것인가? 아니면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자신의 초초함이 끝나는 것인가?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