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의 남편이 잠든 새벽 3시, 우리는 다시 태어났다

8년 만에 남편 곁에서 민수를 부른 서연이. 새벽 3시, 금기의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태우며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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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는 자고 있어?"

"지금 나올 수 있어?"

문자 한 줄이 새벽 2시 47분에 떴다. 민수는 잠에서 깨자마자 손이 떨렸다. 발신자: '서연이'. 8년 전 끝내던 사람. 그녀는 지금 남편 옆에 누워 있을 테고, 그 남편이 코를 골고 있을 사이, 그녀의 손가락은 수줍은 애인에게 불을 지르고 있었다.

이건 아니지. 그래도 다리는 이미 청바지를 찾고 있었다. 운동화 끈을 묶는 손끝이 간지러웠다. 차 키를 쥐는 순간, 지하 주차장의 차가운 공기가 그의 복부를 할퀴었다. 불법이었다. 하지만 더 뜨거운 것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우리가 끝내지 못한 불씨

왜 다시 만나려 할까. 옛사랑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었다. 그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아무도 모르는 새벽,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60분. 그 시간만큼은 우리가 다시 젊고, 위험하고, 간지러울 수 있었다.

서연이가 보낸 그 문자엔, 냉장고에 남은 와인 냄새, 남편의 코 고는 소리, 그리고 살짝 열린 현관문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민수를 불러낸 게 아니라, 자신을 불태우기 위해 민수를 도구로 삼았던 것이다. 민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몸 위에서 자신을 찾고 싶었으니까.


연남동 다방, 2016년 3월 12일

"우리는 여기서 다시 만나지 말자."

서연이가 처음 이별을 말했던 그날, 민수는 연남동의 허름한 다방 2층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눈발이 커피 위에 내려앉았다. 서연이는 목끝까지 차올라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나도 지금 떠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근데... 난 더 이상 네가 아닌 사람한테 미래를 맡길 수 없어."

그때 민수는 그녀의 손등에 화끈한 인상을 새기고 싶었다. 이 손, 이 눈, 이 입술. 다 내 것이었는데. 눈발이 얼굴을 할퀴듯이, 그는 서연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언젠간 다시 만날 거야. 그땐 너를 끝까지 태워버릴 거야.


그리고 8년 뒤, 2024년 4월 2일 새벽

민수는 서연이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승강기 앞에서 숨을 고르는 사이, 그녀가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결혼 5년 차의 아내, 한 남자의 엄마. 하지만 지금은 그냥 서연이였다. 그녀의 손목엔 남편이 선물한 시계가 차 있었고, 목덜미엔 아이가 물어놓은 키스 자국이 선명했다.

"오늘... 너무 갑자기 불렀지?"

"괜찮아. 나도... 궁금했어."

그녀의 집 2분 거리에 있는 모텔. 민수는 문을 닫자마자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시계 바늘이 3시 15분을 가리켰다.

8년 전 헤어질 때, 우리는 서로를 부숴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만난 거야.


금기는 왜 달콤한가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금기는 인간의 죽음 욕망과 연결된다고. 남편 곁에서 누군가의 몸을 찾는 여자,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남자. 둘 다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그래서 살아 있다.

심리학자 프루드는 '탕아 콤플렉스'라는 말로 설명한다. 부모의 금기를 깨는 순간, 우리는 진짜 자아를 만난다. 그래서 서연이와 민수는 서로의 부모가 아닌, 서로의 금기를 깨려고 했다. 니가 남편이 있다는 걸 잊게 해줄게.


새벽 4시 47분, 아직 불이 꺼지지 않았다

민수는 서연이의 어깨 위로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3시간이 지났는데도 둘의 숨은 거칠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민수의 가슴을 그렸다.

"이제... 내려가야 해."

"함께 내려가자."

"아니, 나 혼자. 넌 그대로 있어."

서연이는 천천히 옷을 입었다. 민수는 그녀가 문을 닫는 순간,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 번엔 더 깊이.* 아직도 태워야 할 것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싶은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너 자신을 끝내 파괴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그렇다면 너는 지금, 누구의 손목을 잡고 싶은가. 그리고 그 손목 위에 남겨놓을 화끈한 자국은, 너의 누군가에게 남길 마지막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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