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가 문을 닫고 떠난 뒤, 나는 침대에 불 지르고 싶었다

그가 떠난 방에 남겨진 불타는 욕망. 거리 두는 사이, 나만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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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문을 닫고 떠난 뒤, 나는 침대에 불 지르고 싶었다

훅(Hook)

  • 네가 옷을 입고 있는데, 나는 이미 벗고 있었다. 벨트가 이중으로 감기는 소리, 문 손잡이를 돌리는 그의 발 앞에 나의 블라우스가 쓰러졌다. "내일은 좀 늦게 올게." 그 짧은 말이 뒤를 돌아 나를 본 것도 아닌데, 나는 화끈한 굴욕에 머리를 숙였다. 문이 닫히고 나면 방은 갑자기 죽음처럼 조용해졌다. 침대 시트에 남은 체온이 식어가는 동안 나는 이불 속에서 무릎을 꿇었다. 또 혼자 타오르는구나.

창밖에선 봄비, 방 안에선 화산

내가 원한 건 단순한 섹스가 아니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허공을 갈가리 찢고 싶었다. 거리 둔다는 말은 그가 만들어낸 슬로건이었고, 나는 그 선 너머를 걷다가 번쩍이는 전선에 찌릿찌릿 전기를 맞았다.

옆면에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쳤다. 그 머리카락에 그의 입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허벅지가 스르륵 녹았다. 나는 두 손을 허리에 대고는 허리가 부러질 듯 뒤로 젖혔다. 이건 지옥의 플랑크였다. 땀 한 방울이 목덜미에서 척추 끝까지 굴러가면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건 결국 나를 태워버리는 의식이었다.


실제 같은 이야기: 수진과 도윤, 그리고 미지근한 온도계

수진은 그와 6개월째 '상반신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키스는 하되 혀는 얕게, 손은 허리 위로만. 도윤은 늘 똑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아직 감정의 온도를 재는 중이야." 그 말이 끝나면 수진은 집 앞 계단에서 발끝을 굴리다가 돌아섰다. 그날도 똑같았다.

집에 돌아온 수진은 욕실 거울 앞에서 치마를 천천히 걷어 올렸다. 아직 누군가 손댄 적 없던 허벅지 안쪽에 붉은 흔적을 만들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이 처량해 보여서, 그래서 수진은 다시 한 번 손톱을 꽂았다. 거기서 나온 건 피도 아닌, 울음 섞인 숨소리였다.

또 다른 이야기, 혜인은 희재에게서 일주일에 두 번 문자를 받았다. '오늘은 좀 피곤해. 다음에.' 혜인은 그 문장을 띄어쓰기 단위로 쪼개서 해석했다. '오늘'은 연기, '좀'은 아픔, '피곤해'는 나 때문. 그날 밤 혜인은 희재의 인스타그램 속 과거 사진을 2019년 4월까지 쭉 뒤졌다. 그러다가 희재의 옛 여자친구가 착용했던 목걸이를 발견했다. 혜인은 그걸 지름길로 주문했다. 다음날 택배 상자를 열 때, 혜인은 그녀가 아닌 자신이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왜 우리는 이 야망에 끌리는가

거리를 두는 사람 앞에서, 끌리는 자는 자기 몸의 온도 전부를 건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희소성 착시라고 부른다. 밀어낼수록 확률은 내려가는데, 가치는 역설적으로 치솟는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타오르는 건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거절이라는 실험 장치다. 거절은 두뇌의 쾌감 중심인 핵 accumbens를 자극한다. 당신이 상상하는 정도의 두 배로. 그래서 나는 화학적으로도 이미 찢겨져 나간 것이다.


마지막 질문

네가 문을 닫고 떠난 뒤, 나는 여전히 뜨겁다. 당신이 돌아보지 않으니까 이 뜨거움은 아무도 식혀주지 않을 테고.

그럼 나는 끝내 내 불꽃로 당신 문 앞에서 자살이라도 감행할까, 아니면 차라리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릴까.

당신의 거리 두기는 나의 불이 타오르는 양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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