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자마자 휙, 사라지는 여자"
"주혁씨, 불 좀 꺼줄래?"
새벽 두 시, 모텔 침대. 아직 몸의 열기가 식기도 전인데 그녀는 벌떡 일어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다.
주혁은 허공에 떠 있는 둥글레 같은 얼굴 하나만 남긴 채 허둥지둥 조명 스위치를 찾는다. 암전이 되자, 그녀는 조용히 숨을 내쉰다. 이불 속 샛노란 티셔츠 단추가 흔들린다.
내가 입에 담지 못한 말은, 결국 시선으로 튀어나온다.
무엇이 그녀를 움츠러들게 하나
처음엔 수줍음이라고 믿었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가 되자 불안감이 더 깊어졌다. 섹스 중간에도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혹시 눈을 뜨면 어떤 괴물이라도 볼까 봐.
주혁은 애써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민서는 몸이 너무 예뻐서 남한테 보여주기 아까운가 봐?"
그 말에 민서의 어깨가 스르륵 움츠러들었다. 섹스가 끝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가리는 ‘색연필 케이스’처럼 움직였다. 연필까진 아닌데, 뚜껑만 꼭 닫는.
두려움을 기록한 실제 같은 기억
민서는 스무 살 때, 평택의 한 단란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곳에서 만난 남자는 민서가 부끄러워하는 허벅지 흔적을 보고 웃었다.
"애기치마 입고 다니면 더 끌릴걸?"
그날 이후 남자는 민서의 휴대폰에 몰래 몰카 하나를 심었다. 민서는 한 달 뒤에야 자신이 텔레그램방 **‘귀여운 움짤 모음 7’**에 실려 있는 걸 우연히 발견했다.
화면 속 민서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자위하고 있었다. 10초짜리 움짤, 루프. 댓글 37개.
그날 이후, 내 몸은 누군가의 배경화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해.
그녀의 두 번째 기억
28살, 지금의 연인 주혁이 아닌 전 남자친구와의 일이었다.
그는 민서가 잠든 사이 휴대폰 카메라를 열어 민서의 가슴을 비췄다. 민서는 잠에서 깨, 둥그렇게 떠 있는 렌즈를 발견했다.
"왜 찍어?"
남자는 대답 대신 미소 지으며 영상을 지웠다.
그러나 민서는 그날 이후, 모든 침대마다 조그만 구멍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불 속은 유리한 장소가 아니라, 노출을 막는 벙커였다.
우리는 왜 그녀의 두려움에 열광하는가
사람들은 ‘숨는 여자’를 보면 더 타오른다.
잠긴 문 뒤의 방 같은 금기, 창밖을 못 보는 여인 같은 암시가 관음慾을 자극한다.
섹스는 기술이 아니라 권력의 장이다. 상대가 눈을 감고,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깊숙이 파고들고 싶어진다.
그래서 민서는 숨을수록 주혁은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그녀의 두려움은 결국 주혁에게도 전염된다.
내가 그녀의 공포를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도 한번, 눈을 감아봤나
아침이 되자 민서는 이불을 살짝 내린다. 눈을 떴을 때 먼저 보이는 건, 주혁의 손끝에 낀 작은 카메라 렌즈.
아니면, 당신에게도 숨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
과연 당신은 숨고 있던 이유를, 지금도 제대로 말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