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내가 다시 여자로 되돌아온 순간
아이 둘을 씻기고 재우고 나니 시계는 새벽 두 시. 거실 바닥에 흩어진 장난감을 주우며 한숨을 내쉬는데, 남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이 켜지는 순간, **'오늘도 못 잊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보낸 사람은 '회사 동기 지수'.
"오늘은 일찍 자자." 미안한 척하며 침대에 누운 남편의 뒷모습이 낯설었다. 그날로 살림의 끝이 시작됐다.
잠 못 드는 밤, 그가 남긴 향기
내가 몇 번째였을까.
새벽 3시, 남편은 곤히 잠든 척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냄새 폴폴 나는 립스틱을 꺼냈다. 짙은 버건디 색.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이 색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내 입술에 대봤다. 이 입술이 누구의 목덜미를 간질였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25층 아파트 불빛들. 하나하나가 가족의 불빛일까, 아니면 불륜의 불빛일까.
지수, 혹은 수지
육아맘 카페 '맘스홀릭'의 실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
"남편이 우리 친구랑 잤어요. 아이 둘 키우면서."
댓글 300개. '용서하세요' '이혼하세요' '증거 수집하세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너도 그런 상상 해봤지.
현실, 혹은 공감
서울 송파구에 사는 38세 주부 김민정. 남편은 대기업 과장, 아들 7세, 딸 5세.
"엄마, 왜 그래?" 아들이 물었다. 어젯밤 남편과 싸우다가 소리가 컸나 보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사실은 내가 더 화났다. 그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먼저 그를 버렸다는 사실에.
왜 우리는 배신에 홀려드는가
심리학자 에스테르 페렐은 말한다.
"현대인은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열정을 갈망한다."
애써 지킨 가족, 애써 감춘 욕망. 그 틈새에서 자라는 것은 늘 금기의 꽃이다.
우리는 결혼으로 끝났다고 믿었던 욕망이, 결혼이 시작되자마자 되살아나는 것을 목격한다.
마지막 밤, 나는
오늘도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거실 소파에 앉아 남편의 휴대폰을 만질 거다.
이젠 더 이상 확인하지 않는다. 확인하는 대신 상상한다. 그녀가 누구인지, 어떻게 웃는지.
당신도 이렇게 누군가를 상상해본 적 있나요?
아이 둘 낳고도 배신당한 나. 하지만 그 배신이 나를 다시 여자로 만들었다.
문 앞에서 멈춘 발
"오늘은 일찍 들어올게." 남편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키스를 피했다.
화장대 서랍 속에 숨겨둔 빨간 립스틱. 아직은 어둡지 않은 저녁, 나는 처음으로 그걸 꺼냈다.
당신은 아직도 사랑하나요, 아니면 사랑했던 기억만 붙잡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