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Hook)
"오늘도 회식이래. 늦을 수 있어."
지하주차장, 시동 꺼진 차 안. 민서는 남편 태우의 목소리를 스피커로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통화를 끊고 30초 뒤, 같은 위치에서 태우가 나오지 않았다면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서는 보았다. 검은 정장의 끝자락이 여자 블라우스에 스치는 것을. 그리고 둘의 숨소리가 겹치는 것까지.
불륜 이후 첫 달. 민서는 재결합을 택했다. '한 번 뿐이야, 미안해' 그 말 한마디에. 그리고 647일째, 같은 거짓말이 반복되고 있었다.
욕망의 해부
'다시는 안 돼'라는 약속이 왜 더 큰 거짓이 되는 걸까
재결합은 사실 냉정한 계산이었다. 아이 민증에 실제 아빠 이름이 필요했고, 집값 반토막 난 시점에 이혼은 자살 골라야 했다. 민서는 태우를 용서한 게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용서했다.
하지만 매일밤 거짓말을 들으며도 민서의 몸은 태우를 찾았다. 불타는 분노와 질투가 뒤섞인 욕망. '네가 다른 여자를 만졌다면, 나도 너를 더 깊게 갖겠어' 그 병든 소유욕이 침대를 지배했다.
그녀의 방은 아직도 그 향기로 가득했다
사례 1: 지하주차장의 새벽 3시
이화원. 41세, 두 아이 엄마. 남편 재벌 3남과 외도 끝에 3개월 만에 재결합했다.
화원은 매일 새벽 3시 정신을 차렸다. 남편의 휴대폰이 방금 진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젯밤 '회사 비상사태'라며 나간 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화원은 잠든 척하며 남편의 옷을 뒤졌다. 블루 수트 안주머니에서 나온 건 파우더 냄새 나는 티슈 한 장. 색깔은 그녀가 쓰던 #23 베이지색이 아니었다.
"여보, 어제 어디 갔어?" 아침에 물었더니 남편이 대답했다. "아, 김대리랑 술 마시다가 택시에서 던져서 그만..."
같은 거짓말. 3개월째. 화원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아, 그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철판을 달궜다. 그 철판에 남편이 좋아하는 계란프라이를 올리며, 화원은 생각했다. '이제 나도 거짓말할 거야'.
사례 2: 아이 방에 숨겨진 라벨프린터
최서진. 35세, 디자이너. 남편과의 재결합 1년 차. 서진은 남편이 사용하던 라벨프린터를 발견했다. 아이 방 서랍 깊숙이 숨겨진 그 기계에서 출력된 마지막 것은 여권용 사진이었다. 남편의 사진. 그러나 옆에는 생소한 여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진은 그날밤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여권 갱신했어?" 남편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 회사에서 해외 출장 갈 수도 있대서. 그냥 준비하는 거야."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뒤, 같은 라벨프린터에서 자신의 여권 사진을 출력했다. 이름은 달랐다. 그녀가 상상 속에서만 불러본 연인의 이름이었다.
우리는 왜 다시 눈을 감는가
'용서'는 왜 항상 더 깊은 속임수를 부르는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재결합 커플의 70%가 1년 내 또다시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돌아간다. 왜냐하면 거짓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민서는 잘 알았다. 진실이 무엇인지. 하지만 진실은 그녀를 혼자 남겨둘 것이었다. 태우는 집 떠나고, 아이들은 학대받은 가정사를 들고 다니게 된다. 그러니 차라리 거짓이 낫다. 차라리 매일밈다르게 변하는 태우의 거짓말이 낫다. 적어도 침대 옆에는 누군가 있으니까.
마지막 질문
오늘 밤, 당신의 침대 옆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거짓말을 할까. 그리고 당신은 왜 아직도 그 말을 듣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