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여전히 베란다 화분 밑에 뒀다. 흙이 촉촉할수록 열쇠는 더 깊이 숨는다. 남편은 두 시간 전 비행기에 탔고, 집 안은 아직 그가 마신 커피 향이 말끔히 차 있다. 그리고 지금, 손에 든 폰에는 '도착했어'라는 짧은 메시지 하나.
문 앞, 47분.
시계 초침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린다. 그는 늘 47분 뒤에 온다. 왜 47분인지,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그건 남편이 탄 비행기가 이륙해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가 '조심해'에서 '도착하면 연락 줘'로 바뀌는 시간이기도 하다.
탁—
발끝이 실리는 소리. 아직은 아래층인 듯하다. 나는 베란다로 걸어가 흙을 만진다. 흙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든다. 아직 따뜻하다. 남편이 아침에 화분에 물을 줬으니까. 그 물이 아직 화분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끊긴다. 문 앞이다. 숨소리가 들린다. 아주 가느다란, 뜨거운 숨이 스며든다. 문이 열릴 때까지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다.
첫 눈길은 목덜미를 스친다.
나는 문 손잡이를 돌린다. 손끝이 미끄러진다. 손등에 힘이 들어간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그의 숨결이 내 목뒤를 간질인다. 아직 아무 말도 없다. 그저 시선이, 아주 느린 시선이, 겉옷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친다.
"왔어."
한 음절. 그것으로 족하다. 시선이 분노처럼 느껴진다. 내가 먼저 눈을 피한다. 현관 신발장 위에 남편의 슬리퍼가 있다. 그 옆으로, 그의 검정 구두가 놓인다. 겹치지 않는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벽에 걸린 코트걸이.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고, 연한 옷을 건다. 발끝이 바닥에 닿는다. 숨이 더 가까워진다. 아직도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피부가 그를 기억한다. 목덜미, 손목 안쪽, 그리고 입술 한가운데.
47분은 완전한 밀실이 된다.
거실 조명은 꺼져 있다. 텔레비전은 검은 화면 위로 우리를 비춘다. 소파에 앉는다. 반대편 끝에 앉는다. 무릎이 스친다. 아직도 말이 없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내 손등을 바라본다. 손등에 남편이 선물한 반지가 있다. 그는 반지를 본다. 나는 반지를 느낀다. 반지는 차갑다. 손은 뜨겁다.
숨이 가까워진다. 이마에 닿는다. 아직 입술은 닿지 않는다. 숨소리만 먼저 겹친다. 죄책감이 따끔거린다. 그러나 그건 죄책감이 아니다. 그건 나 자신이 이 순간을 끝내지 못할까 봐 느끼는 두려움이다.
첫 키스는 아주 가볍다. 입술이 스칠 뿐, 숨만 뒤섞인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미 몸은 떨린다.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다. 그의 손이, 아주 천천히, 내 무릎 위로 올라온다. 아직 속옷은 벗기지 않는다. 그저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압력만 조절한다.
침묵은 점점 두꺼워진다.
그가 먼저 일어선다. 복도를 걷는다. 침실 문 앞에서 멈춘다. 나는 뒤따른다. 문 손잡이를 돌리지 않는다. 그가 돌아선다. 등이 벽에 닿는다. 이마가 땀난다.
아직도 말은 없다. 다만 숨소리만 더 깊어진다. 그의 손이, 아주 천천히, 내 허리를 감싼다. 손가락이 블라우스 단추 사이로 들어간다. 블라우스가 흔들린다. 단추가 풀린다. 한 개, 두 개. 아직 속옷은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목덜미가 드러난다.
그가 숨을 들이마신다. 내 머리카락 냄새를 맡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주 오래도록.
47분은 끝나간다.
시계가 46분을 가리킨다. 아직 1분이 남았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선다. 아직 말은 없다. 다만 눈빛만, 아주 짧은 눈빛만, 내 몸을 훑는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뒤돌아 현관으로 걸어간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본다. 문이 닫히는 순간, 숨이 터진다.
베란다 화분 밑에서 열쇠를 꺼낸다. 흙이 조금 더 차다. 남편의 커피 향이 아직 남아 있다. 시계는 47분을 가리킨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나 몸은 이미 그를 기억한다.
침묵이 다시 찾아온다.
남편이 돌아오는 날, 나는 늘 같은 꿈을 꾼다. 문 앞에서 그를 마주치는 꿈. 남편이 아니라, 그를. 그는 말한다.
‘이제 그만하자. 너희 남편이 돌아왔잖아.’
나는 대답한다.
‘그래서 난 어디로 가야 해?’
문은 닫히고, 나는 아무도 없는 방 안에 홀로 선다.
47분의 틈은 그렇게 다시 찾아온다. 남편이 없는 4박 5일, 내 몸을 누비는 건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한 분노다. 왜 그를 끌어들였는가. 왜 끊지 못하는가. 왜 차라리 남편에게 고백하지 못하는가.
답은 차갑다. 죄책감이 없으면 나는 사라진다. 어떤 존재도, 어떤 감정도, 어떤 연결도. 난 오직 이 구멍 속에서만 실재한다. 남편이 떠난 자리, 그가 차지할 수 없는 부피만큼 확대된 공허.
그리고 나는 다시 47분을 기다린다. 흙이 말라 열쇠가 드러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