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16 vs 19, 두 살 차이가 옥죄는 그날 밤

두 살 차이, 스무 살 문턱. 누군가의 첫사랑이 누군가의 유죄가 되는 순간, 그 경계를 누가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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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vs 19, 두 살 차이가 옥죄는 그날 밤

“야, 너 미성년자잖아. 근데 왜 이렇게 냄새나?”

도서관 창고 뒤, 40W 노란 불빛 아래. 재민은 유리의 머리카락 한 올을 손가락에 감았다가 풀었다. 19살 재민의 손끝이 17살 유리의 귀밑을 스쳤을 때, 유리는 발끝으로 몸을 뺐다.

“너는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이고, 난 내년이면 스무 살. 그게 뭐가 달라?”

유리는 손등에 돋은 소름을 주먹 쥐었다. “…스무 살이면 성인이잖아.”

“그래, 그 한 자릿수 차이가 너희 엄마가 나 잡아갈 이유야.”

재민이 피식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유리는 그 뒷모습이 흰색 LED에 잡히지 않기를 빌었다. 730일 후면 재민은 아무것도 아닌 행동이 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리의 엄마가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다.


숫자 너머의 욕망

우리는 숫자를 두려워한다. 두 살 차이, 스무 살 문턱.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끈적한 권력이 도사린다. 내가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할 수 있고, 더 많이 책임져야 한다는 우월감. 그 우월감이 때로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조종’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한다.

작은 차이가 아닌, 작은 차이를 어떻게 ‘이용’할지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음흉하다.


민서와 지후, 여름방학 한 달

민서는 갓 16살이 된 예술고 1학년. 지후는 대학 1학년, 19살.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취미 클럽에서 만났다.

새벽 2시 17분.

민서: 나 지금 지하 연습실인데 너무 무서워. 혹시 같이 있어줄 수 있어?

지후는 잠옷 차림으로 내려갔다. 지하 2층, 형광등 하나만 켜진 연습실. 민서는 스피커 앞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벽에 포개졌다.

“오빠, 나랑 키스해도 돼?”

지후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민서는 중학생이었다. 지후는 머리를 흔들었다.

“안 돼. 너 미성년자잖아.”

민서는 조용히 웃었다. “근데 오빠는 왜 내려왔어?”

지후는 대답 대신 민서의 손등을 잡았다. 민서의 손가락 끝은 차가웠지만, 지후의 손바닥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두 사람은 4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연습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을 때, 지후는 다음날 클럽을 나갔다. 사진 한 장, 키스 한 번 없었다. 그래도 지후는 민서가 만약 엄마에게 말했다면 자신이 끝장날 거라는 걸 알았다.


하준과 시우, 197일째의 손목

하준은 스무 살, 병역특례로 고등학교 보조 체육 코치. 시우는 고3, 18살. 둘은 197일째 금기의 문턱에 있었다.

학교 뒷산, 폐교실. 하준이 시우의 손목을 잡았다.

“너는 아직 내 학생이야.”

시우가 눈을 깜빡였다. “그럼 내가 졸업하면 돼?”

하준은 대답 대신 시우의 머리카락을 한 줌 잡고 숨을 죽였다. 197일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손등만 잡았다. 이제는 단 한 번의 손잡기가 서로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둘 다 알았다.


왜 우리는 이 짧은 간극에 홀린 걸까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금기는 욕망의 연료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음험한 건 무죄시점의 권력이다. 19살은 무죄로 끝날 수 있고, 20살은 유죄로 시작된다. 누군가는 그 한 칸 차이를 ‘기다림’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기회’라 부른다.

우리는 단순히 나이 차이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그 짧은 간극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량한 청춘이 되고, 철저한 가해자로 변하는 경계를 두려워한다.


너는 지금 누구의 손목을 잡고 있는가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19살이자 누군가의 16살이 된다. 그 순간, 당신은 어떤 숫자를 기다릴 것인가, 혹은 어떤 숫자를 넘길 것인가.

지하 연습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질 때, 민서는 혼자 남았다. 아직 438일이 남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다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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